생활정보R 부문 <이강민의 잡지사>

창간 1년을 돌아보며

이강민 제작국 아나운서 겸 잡지사 편집장

CBS 표준FM에서 평일 저녁 7시 30분에 방송되는 <이강민의 잡지사>가 제50회 한국방송대상 작품상에 선정되었습니다. 시사와 음악으로 양분되는 CBS 라디오에서 오랜만에 편성된 예능교양 프로그램이기에 수상을 반가워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진행자이자 편집장으로서, <이강민의 잡지사> 지난 1년을 돌아보고자 합니다.

스트레스 없이 보면
웃을 수 있는 콘텐츠

“왜 방송에서 OOO 얘길 하냐 기분 더럽네. “경기 불황에 끔찍한 사건 사고.. 웃을 일이 없네요...” “진행자가 한 쪽으로 치우쳤네. (내가 어느 쪽인지 나도 모르는데?)”  


정치/경제/사회 뉴스가 주가 되는 시사 프로그램을 4-5년 진행하면서 솔직히 지겨웠습니다. 애초에 제가 하고 싶었던 프로가 아니었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방송을 마치고 게시판에 쌓인 저런 문자들을 보면, 저도 같이 우울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제 방송을 보고 듣는 이들에게 ‘무해한 즐거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시사나 음악 프로 말고도 CBS에 ‘재미있는’ 콘텐츠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근무시간 남몰래 나무위키를 정독하며 쌓아 온 자잘한 지식들, 유튜브의 수많은 지식콘텐츠를 보며 담아둔 기발한 아이템들을 직접 펼쳐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몇 번의 파일럿 제작을 거쳐, 2022년 9월 26일, <이강민의 잡지사>가 창립되죠. 그 때부터 매일 하나의 주제를 정해서, 각 분야 게스트들과 별의 별 지식들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역사 과학 생물 우주 예술 음식 군사 스포츠... 정치와 경제 말고는 모든 주제에 열려 있어요.

잡지사 <지구인이라면 미터법 씁시다> 편

바쁘게 돌아가는 ‘잡지 공장’
그 안에서 이룬 성과들

<잡지사>는 표준FM 뿐만 아니라,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통해 동시 송출됩니다. 30분이 채 안 되는 콘텐츠이지만, 성격이 다른 복수의 플랫폼을 함께 챙긴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죠. 저와 PD 두 명, 영상감독 한 명, 작가 한 명이 매주 다섯 편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아등바등 노력하고 있습니다. 몇몇 팀원들은 <잡지사>를 ‘잡지 공장’이라 부르기도 해요.


그 중 가장 힘을 싣는 쪽은 유튜브인데요, 올 해 안에는 구독자 5만 명에 도달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내다보고 있습니다. 수십 만 구독자를 보유한 수많은 지식 채널과 비교하면 초라하지만, 하루에 100~200명 정도 꾸준히 늘고 있다는 건 희망적입니다. 게스트들 출연료 정도 되는 월간수익도 잡히고 있구요. 라디오 청취율도 처음보다 제법 올랐습니다(0.1 → 0.5). 그리고 뿌듯하게도, 제50회 한국방송대상에서 작품상에 선정되는 기쁨도 있었지요.


보다 다양한 분야의 게스트 섭외, 유튜브 쇼츠 <1분 잡지식> 제작을 통해 콘텐츠 접근성을 높여 볼 생각입니다.

  <이강민의 잡지사> 유튜브 보러가기  

유튜브와 라디오,
정말 함께 가져갈 수 있을까?

하지만 <잡지사>가 더 성장하기 위해서 가야할 길이 멉니다. 라디오로 동시 송출된다는 점이 제약이 될 때가 많죠. 영상 편집에 충분한 공을 들이고, 8-15분 정도로 압축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성공한’ 유튜브 지식채널들과 비교해보면, <잡지사> 영상은 호흡이 길고 몰입도가 떨어집니다. 라디오 진행에 익숙한 저 스스로도 제 역할에 대한 고민이 무척 크지요. 늦은 시간 방송인 탓에, 바쁜 게스트들과 생방송을 하기 어려운 점도 한계입니다.


이건 제작국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고민일 겁니다. 기존의 라디오 문법에서 벗어나 과감한 시도를 하고 싶지만, 라디오로 편성되지 않으면 인력이나 예산을 지원받기 쉽지 않고, 프로그램 초창기에 좋은 스피커들을 섭외하는 것도 어려워지죠. 영상 편집에 더 힘을 주고 싶어도 여건이 녹록치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메가히트’ 콘텐츠를 기대할 수 없을 겁니다.


“잡지사 같은 새로운 프로가 더 나와야 돼.” “아주 아이디어가 신선해.”


회사에서 마주치는 선배들이 이런 말씀을 많이 해주십니다. 격려의 말씀에 힘이 되고 감사하지만, 그럴 때마다 속으로 민망하기도 합니다. 잡지사가 있기 전 수많은 ‘잡다한 지식 컨텐츠’들이 이미 있었고, 이미 그 분야는 레드 오션이 된지 오래거든요. 만약 제가 더 부지런하고, 또 제 생각에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더 많아 <잡지사>가 1-2년 더 일찍 시작할 수 있었다면, 지금보다 더 큰 성과를 냈을 것 같습니다.

패랭이 쓰고 방송하는 이강민의 잡지사

냉정하게 <이강민의 잡지사>는 새롭거나 신선한 콘텐츠는 아닙니다. 다만 교양예능 프로그램을 위한 공간이 모처럼 만들어졌고, 나쁘지 않은 출발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잡지사> 제작진의 노력이 더 큰 결실을 맺어, 정말로 새롭고 신선한 기획을 하고자 하는 동료들에게 작게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작품상>을 수상한 잡지사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씨너지 독자라면 <잡지사> 구독은 필수 아닐까요?

생활정보R 부문 <이강민의 잡지사>

창간 1년을 돌아보며

이강민 제작국 아나운서 겸 잡지사 편집장

CBS 표준FM에서 평일 저녁 7시 30분에 방송되는 <이강민의 잡지사>가 제50회 한국방송대상 작품상에 선정되었습니다. 시사와 음악으로 양분되는 CBS 라디오에서 오랜만에 편성된 예능교양 프로그램이기에 수상을 반가워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진행자이자 편집장으로서, <이강민의 잡지사> 지난 1년을 돌아보고자 합니다.

스트레스 없이 보면 웃을 수 있는 콘텐츠

“왜 방송에서 OOO 얘길 하냐 기분 더럽네. “경기 불황에 끔찍한 사건 사고.. 웃을 일이 없네요...” “진행자가 한 쪽으로 치우쳤네. (내가 어느 쪽인지 나도 모르는데?)”  


정치/경제/사회 뉴스가 주가 되는 시사 프로그램을 4-5년 진행하면서 솔직히 지겨웠습니다. 애초에 제가 하고 싶었던 프로가 아니었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방송을 마치고 게시판에 쌓인 저런 문자들을 보면, 저도 같이 우울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제 방송을 보고 듣는 이들에게 ‘무해한 즐거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시사나 음악 프로 말고도 CBS에 ‘재미있는’ 콘텐츠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근무시간 남몰래 나무위키를 정독하며 쌓아 온 자잘한 지식들, 유튜브의 수많은 지식콘텐츠를 보며 담아둔 기발한 아이템들을 직접 펼쳐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몇 번의 파일럿 제작을 거쳐, 2022년 9월 26일, <이강민의 잡지사>가 창립되죠. 그 때부터 매일 하나의 주제를 정해서, 각 분야 게스트들과 별의 별 지식들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역사 과학 생물 우주 예술 음식 군사 스포츠... 정치와 경제 말고는 모든 주제에 열려 있어요.


잡지사 <지구인이라면 미터법 씁시다> 편

바쁘게 돌아가는 ‘잡지 공장’...  그 안에서 이룬 성과들

<잡지사>는 표준FM 뿐만 아니라,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통해 동시 송출됩니다.

30분이 채 안 되는 콘텐츠이지만, 성격이 다른 복수의 플랫폼을 함께 챙긴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죠. 저와 PD 두 명, 영상감독 한 명, 작가 한 명이 매주 다섯 편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아등바등 노력하고 있습니다. 몇몇 팀원들은 <잡지사>를 ‘잡지 공장’이라 부르기도 해요.


그 중 가장 힘을 싣는 쪽은 유튜브인데요, 올 해 안에는 구독자 5만 명에 도달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내다보고 있습니다. 수십 만 구독자를 보유한 수많은 지식 채널과 비교하면 초라하지만, 하루에 100~200명 정도 꾸준히 늘고 있다는 건 희망적입니다. 게스트들 출연료 정도 되는 월간수익도 잡히고 있구요. 라디오 청취율도 처음보다 제법 올랐습니다(0.1 → 0.5). 그리고 뿌듯하게도, 제50회 한국방송대상에서 작품상에 선정되는 기쁨도 있었지요.


보다 다양한 분야의 게스트 섭외, 유튜브 쇼츠 <1분 잡지식> 제작을 통해 콘텐츠 접근성을 높여 볼 생각입니다.

  <이강민의 잡지사> 유튜브 보러가기      

유튜브와 라디오, 정말 함께 가져갈 수 있을까?

하지만 <잡지사>가 더 성장하기 위해서 가야할 길이 멉니다. 라디오로 동시 송출된다는 점이 제약이 될 때가 많죠. 영상 편집에 충분한 공을 들이고, 8-15분 정도로 압축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성공한’ 유튜브 지식채널들과 비교해보면, <잡지사> 영상은 호흡이 길고 몰입도가 떨어집니다. 라디오 진행에 익숙한 저 스스로도 제 역할에 대한 고민이 무척 크지요. 늦은 시간 방송인 탓에, 바쁜 게스트들과 생방송을 하기 어려운 점도 한계입니다.


이건 제작국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고민일 겁니다. 기존의 라디오 문법에서 벗어나 과감한 시도를 하고 싶지만, 라디오로 편성되지 않으면 인력이나 예산을 지원받기 쉽지 않고, 프로그램 초창기에 좋은 스피커들을 섭외하는 것도 어려워지죠. 영상 편집에 더 힘을 주고 싶어도 여건이 녹록치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메가히트’ 콘텐츠를 기대할 수 없을 겁니다.


“잡지사 같은 새로운 프로가 더 나와야 돼.” “아주 아이디어가 신선해.”


회사에서 마주치는 선배들이 이런 말씀을 많이 해주십니다. 격려의 말씀에 힘이 되고 감사하지만, 그럴 때마다 속으로 민망하기도 합니다. 잡지사가 있기 전 수많은 ‘잡다한 지식 컨텐츠’들이 이미 있었고, 이미 그 분야는 레드 오션이 된지 오래거든요. 만약 제가 더 부지런하고, 또 제 생각에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더 많아 <잡지사>가 1-2년 더 일찍 시작할 수 있었다면, 지금보다 더 큰 성과를 냈을 것 같습니다.

패랭이 쓰고 방송하는 이강민의 잡지사

냉정하게 <이강민의 잡지사>는 새롭거나 신선한 콘텐츠는 아닙니다. 다만 교양예능 프로그램을 위한 공간이 모처럼 만들어졌고, 나쁘지 않은 출발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잡지사> 제작진의 노력이 더 큰 결실을 맺어, 정말로 새롭고 신선한 기획을 하고자 하는 동료들에게 작게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작품상>을 수상한 잡지사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씨너지 독자라면 <잡지사> 구독은 필수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