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를 포함한 전국의 모든 도의원과 시의원 등 지방 의원들에게는 소속 행정기관으로부터 ‘재량사업비’, 또는 ‘주민 숙원 사업비’라는 명칭으로 1인당 수억 원의 예산이 배정돼 있다. 그런데 이 ‘재량사업비’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도의원과 시의원 등 지방의원들이 업자들과 유착을 통해 사업비의 10~20%를 챙기고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들려왔음에도 누구하나 실체를 파고들지 않았다. 관행이라는 이름아래 다들 묵인해 왔던 것이다. 즉시 취재에 착수했고 정의로운 전, 현직 지방의원들로부터 그 실태를 가감 없이 들을 수 있었다.
한 전직 군의원은 “재량사업비로 지역민원을 해결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사업을 진행했던 후배 사업자가 찾아와 사업비용의 10%를 소수점 이하까지 맞춰가지고 찾아왔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전 도의원은 “5억 원의 재량사업비를 진행하는 의원들은 무조건 연말에 연봉 5천만 원이 늘어난다는 말을 동료 의원에게 들었다“고 말했고, 한 현직 도의원은 “제발 저런 짓거리 하지 말자고 동료 의원들에게 수없이 말했지만 결국 터질게 터졌다”고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업체와 전, 현직 지방 의원, 행정 기관 등을 상대로 취재에 들어간 결과, 재량사업비를 둘러 싼 리베이트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특히 상당수 지방 의원들은 소속 지역구가 아닌 다른 지역구에 재량사업비를 쓰는 대범함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업자는 똑같고 심지어 ‘재량사업비’만을 노리고 있는 전문 브로커까지 존재하고 있었다.
이런 실태 보도가 나가자 검찰이 즉시 움직였고 맨 먼저 전북도의회 부의장이 구속됐다. 이어 도의원들이 줄줄이 압수 수색을 당했고 1년 여 가까운 수사 끝에 도의원과 시의원, 업자와 브로커 등이 법정에 서게 됐으며 전라북도의회를 비롯한 일선 시, 군 의회는 물론 타 지역 자치단체 의회에서도 ‘재량사업비’ 폐지를 잇따라 선언함으로써 제도적인 개선책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