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원에서 김가든으로?”

라디오 DJ, 유튜버 만들기

CBS 음악FM <김정원의 아름다운 당신에게>

스핀오프 디지털 콘텐츠
<김가든의 클래식 붐은 와요> 제작기

심진수 제작국 제작2부

3주 전, CBS 음악FM의 대표 프로그램 <김정원의 아름다운 당신에게> DJ인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유튜버로 데뷔했습니다. 제작국의 ‘DJ, 유튜버만들기 프로젝트(?)’의 첫 시리즈로 <김가든의 클래식 붐은 와요>가 런칭된 건데요. 라디오를 통해 느낄 수 없었던 김정원의 매력과 입담으로 조용하던 CBS라디오 채널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답니다. 채널을 런칭하면서 라디오와 유튜브, 청취자와 구독자를 모두에게 통하는 채널을 만들며 했던 고민들을 공유합니다.

위) 라디오 DJ 피아니스트 김정원
아래) 유튜버 클래식맑눈광 김가든

Step 0

작당모의

제작국 내 디지털콘텐츠제작부가 있던 시절…제작국 내에서 새로운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주니어 PD/아나운서들의 작은 스터디가 생겼다. ‘클래식 붐은 와요'의 초기 기획은 그곳에서 탄생했다. (일명 ‘클래식 덕후' 신입 서명지 PD의 팬심에서 시작한 기획이었다.)


평소에도 김정원 DJ가 영상에서도 매력적일 캐릭터라고 느끼고 있던 터에, CBS DJ를 활용한 유튜브 프로젝트의 첫 순서로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 사이 인사 이동과 업무 조정 등을 통해 ‘김정원 DJ 유튜브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었다.

Step 1

채널과 인물 기획

작위적인 설정보다는
인물의 캐릭터를 있는 그대로

막상 프로젝트에 착수하고 보니, 스터디 단계에서 나눴던 논의에서 발전시켜야 할 부분이 많았다. 당초 스터디 단계에서는 ‘공연장 옆 맛집 추천 쇼츠 / MBTI별 곡 추천 쇼츠’ 등 얼핏 보면 대중적이고 뾰족한 컨셉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김정원'이라는 인물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컨셉인지 의문이 들었다. (사실 이 시점에서만 해도 제작 인력과 제작비가 턱없이 부족해서 긴 영상 대신 쇼츠로만 제작해야 한다는 제약도 있었다.)


제대로 팀이 세팅된 이후에는 <아름다운 당신에게>를 모니터링 하고, 김정원 DJ와 직접 소통하며 길을 찾았다. 이 사람에게 억지로 새로운 컨셉을 부여하기보다, 사람 자체가 지닌 매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의 콘텐츠로 가기로 했다. 짧은 시간 안에 정보값을 와다다 담아내야 하는 숏폼보다, 조곤조곤 재밌게 말하는 매력을 살릴 수 있는 롱폼으로 기획을 틀었다. 


마침, 1인 전문가를 브랜딩하는 데 최적화된 “스튜디오 에피소드” 이정호 COO의 특강을 들으면서 유튜브에서 크리에이터 브랜딩하는 법을 많이 참고했다. 김정원 DJ와의 대화를 통해 느낀 그의 강점은 전문성과 대중적인 화법을 동시에 지닌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결국 김정원의 매력은 그 본질인 ‘클래식'을 설명하는 모습에서 온다고 생각하여 ‘클래식' 자체를 주제로 삼기로 했다.


다만, 고상한 이미지의 본캐에서 벗어나 유튜브의 새로운 자아, 보다 친근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김가든'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었다.(본명 차정원에서 예명을 따온 ‘카더가든'을 참고로 했다)

‘클붐’은 주로 ‘클래식 전도사(?) 김가든’과 ‘클알못PD’ ‘클덕PD’의 대화로 진행된다

당초 PD들이 콘텐츠에 출연할 계획은 없었지만 회의를 거듭하며 이 회의 과정 자체, 서로 질문하고 답하며 클래식을 이해해가는 과정을 담아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다보니 피아니스트와 클래식 덕후 PD, 그리고 클래식에 관심이 하나도 없는 PD가 한 팀이 되었는데, 그 시너지가 좋았다. 대중을 대변하는 클알못PD, 배경 지식을 가지고 질문하는 클덕PD, 그에 대해 연주자의 입장에서 답을 해주는 피아니스트, 셋은 서로가 놓친 부분을 메워줬다.(각각 유퀴즈의 조세호, 유재석, 게스트 같은 역할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Step 2

죽은 채널을 살리기 위한
디자인 리뉴얼

아직은 지속성이 보장되지 못하는 파일럿 콘텐츠라 새로운 채널을 파기보다는 기존 CBS라디오 채널을 활용하기로 했다. CBS라디오 채널은 구독자는 10만이 넘는 제법 큰 채널이지만, 전략이 없다시피 운영되어 구독자 수 대비 조회수가 현저히 낮았다. 이는 유튜브 알고리즘에서 현저히 불리한 양상이었다. ‘죽은 알고리즘'을 되살릴 방법이 필요했다. 


가장 고민했던 건 채널에 새로움을 더하면서도 기존 구독자들과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었다. 해당 기조에 맞춰 ‘클래식 붐은 와요' 런칭 전 프로필 이미지와 채널아트도 리뉴얼했다.


특히 기존 구독자들이 너무 당황하지 않을 정도의 발칙함, 그러나 유튜브 문법상 지루하지 않은 정도의 편집 스타일을 잡아가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 입사 후 줄곧 진중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콘텐츠를 제작했다보니, 예능형 편집의 감을 잡는 게 쉽지 않았다. 실제로 맨 처음 가편본의 지루함은 처참한 수준이었다… 거의 뇌를 갈아껴야 하는 수준의 대변화가 필요했다.


쑥쑥, 요정재형, 최재천의 아마존, 셜록현준, 채널십오야, 존이냐박이냐, 보듬TV… 기타 등등 정말 많은 웹예능 영상들을 레퍼런스 삼았다.

Step 3

 콘텐츠 속 디테일
우리 말고 시청자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요소 살리기

교양의 형태를 띠었지만, 결국 인물을 브랜딩하는 것이 숨은 목표였기에 작은 매력 포인트들도 다 살리려 노력했다. ‘김정원의 취향'의 총 집합체인 집에서 첫 촬영을 진행한 것도 그래서였다. 클래식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넓고 감각적으로 꾸며진 집’으로부터 김정원이라는 인물에 호기심을 갖게 하려는 노림수였다. ‘우리만 보이는' 김정원의 매력을 살리면서도, ‘우리만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다행히 첫 단추는 괜찮게 끼워진 듯하다. 죽어가던 알고리즘이 살아났고, 시의성이 없는 에버그린 콘텐츠다보니 조회수 상승 그래프가 죽지 않고 꾸준히 오르는 중이다.


채널 분석페이지를 보면 흥미롭게도 중년 여성들이 사용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영상 링크가 꽤 많이 공유된 것으로 나오는데 평창동의 근사한 집과 중년 피아니스트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을 간접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Step 4

첫단추는 꿰어졌다!

이번 시도는 개인적으로도 큰 도전이었다. 형식적으로 새로운 도전을 한 건 물론이고, 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세워 브랜딩해보는 경험도 새로웠고, 라디오PD・엔지니어 등과 협의하는 과정을 통해 콘텐츠를 제작한 것도 처음이었다. 기대하는 바로는, 협찬이나 광고가 들어올 수 있는 여지를 더 만들고 싶다. 앞으로도 CBS가 가진 다양한 IP를 여러 방향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시도들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이 글을 읽고 있는 CBS 구성원들 중에 아직 못보신 분들이 있다면 보러 오세요. 보셨어도 또 보셔도 좋구요.

“김정원에서 김가든으로?”

라디오 DJ, 유튜버 만들기

CBS 음악FM <김정원의 아름다운 당신에게> 스핀오프 디지털 콘텐츠
<김가든의 클래식 붐은 와요> 제작기

심진수 제작국 제작2부

3주 전, CBS 음악FM의 대표 프로그램 <김정원의 아름다운 당신에게> DJ인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유튜버로 데뷔했습니다. 제작국의 ‘DJ, 유튜버만들기 프로젝트(?)’의 첫 시리즈로 <김가든의 클래식 붐은 와요>가 런칭된 건데요. 라디오를 통해 느낄 수 없었던 김정원의 매력과 입담으로 조용하던 CBS라디오 채널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답니다. 채널을 런칭하면서 라디오와 유튜브, 청취자와 구독자를 모두에게 통하는 채널을 만들며 했던 고민들을 공유합니다.

라디오 DJ 피아니스트 김정원

유튜버 클래식맑눈광 김가든

Step 0

작당모의

제작국 내 디지털콘텐츠제작부가 있던 시절…제작국 내에서 새로운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주니어 PD/아나운서들의 작은 스터디가 생겼다. ‘클래식 붐은 와요'의 초기 기획은 그곳에서 탄생했다. (일명 ‘클래식 덕후' 신입 서명지 PD의 팬심에서 시작한 기획이었다.)


평소에도 김정원 DJ가 영상에서도 매력적일 캐릭터라고 느끼고 있던 터에, CBS DJ를 활용한 유튜브 프로젝트의 첫 순서로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 사이 인사 이동과 업무 조정 등을 통해 ‘김정원 DJ 유튜브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었다.

Step 1

채널과 인물 기획
작위적인 설정보다는 인물의 캐릭터를 있는 그대로

막상 프로젝트에 착수하고 보니, 스터디 단계에서 나눴던 논의에서 발전시켜야 할 부분이 많았다. 당초 스터디 단계에서는 ‘공연장 옆 맛집 추천 쇼츠 / MBTI별 곡 추천 쇼츠’ 등 얼핏 보면 대중적이고 뾰족한 컨셉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김정원'이라는 인물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컨셉인지 의문이 들었다. (사실 이 시점에서만 해도 제작 인력과 제작비가 턱없이 부족해서 긴 영상 대신 쇼츠로만 제작해야 한다는 제약도 있었다.)


제대로 팀이 세팅된 이후에는 <아름다운 당신에게>를 모니터링 하고, 김정원 DJ와 직접 소통하며 길을 찾았다. 이 사람에게 억지로 새로운 컨셉을 부여하기보다, 사람 자체가 지닌 매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의 콘텐츠로 가기로 했다. 짧은 시간 안에 정보값을 와다다 담아내야 하는 숏폼보다, 조곤조곤 재밌게 말하는 매력을 살릴 수 있는 롱폼으로 기획을 틀었다. 


마침, 1인 전문가를 브랜딩하는 데 최적화된 “스튜디오 에피소드” 이정호 COO의 특강을 들으면서 유튜브에서 크리에이터 브랜딩하는 법을 많이 참고했다. 김정원 DJ와의 대화를 통해 느낀 그의 강점은 전문성과 대중적인 화법을 동시에 지닌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결국 김정원의 매력은 그 본질인 ‘클래식'을 설명하는 모습에서 온다고 생각하여 ‘클래식' 자체를 주제로 삼기로 했다.


다만, 고상한 이미지의 본캐에서 벗어나 유튜브의 새로운 자아, 보다 친근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김가든'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었다.(본명 차정원에서 예명을 따온 ‘카더가든'을 참고로 했다)

‘클붐’은 주로 ‘클래식 전도사(?) 김가든’과 ‘클알못PD’ ‘클덕PD’의 대화로 진행된다.

당초 PD들이 콘텐츠에 출연할 계획은 없었지만 회의를 거듭하며 이 회의 과정 자체, 서로 질문하고 답하며 클래식을 이해해가는 과정을 담아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다보니 피아니스트와 클래식 덕후 PD, 그리고 클래식에 관심이 하나도 없는 PD가 한 팀이 되었는데, 그 시너지가 좋았다. 대중을 대변하는 클알못PD, 배경 지식을 가지고 질문하는 클덕PD, 그에 대해 연주자의 입장에서 답을 해주는 피아니스트, 셋은 서로가 놓친 부분을 메워줬다.(각각 유퀴즈의 조세호, 유재석, 게스트 같은 역할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Step 2

죽은 채널을 살리기 위한 디자인 리뉴얼

아직은 지속성이 보장되지 못하는 파일럿 콘텐츠라 새로운 채널을 파기보다는 기존 CBS라디오 채널을 활용하기로 했다. CBS라디오 채널은 구독자는 10만이 넘는 제법 큰 채널이지만, 전략이 없다시피 운영되어 구독자 수 대비 조회수가 현저히 낮았다. 이는 유튜브 알고리즘에서 현저히 불리한 양상이었다. ‘죽은 알고리즘'을 되살릴 방법이 필요했다. 


가장 고민했던 건 채널에 새로움을 더하면서도 기존 구독자들과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었다. 해당 기조에 맞춰 ‘클래식 붐은 와요' 런칭 전 프로필 이미지와 채널아트도 리뉴얼했다.


특히 기존 구독자들이 너무 당황하지 않을 정도의 발칙함, 그러나 유튜브 문법상 지루하지 않은 정도의 편집 스타일을 잡아가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 입사 후 줄곧 진중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콘텐츠를 제작했다보니, 예능형 편집의 감을 잡는 게 쉽지 않았다. 실제로 맨 처음 가편본의 지루함은 처참한 수준이었다… 거의 뇌를 갈아껴야 하는 수준의 대변화가 필요했다.


쑥쑥, 요정재형, 최재천의 아마존, 셜록현준, 채널십오야, 존이냐박이냐, 보듬TV… 기타 등등 정말 많은 웹예능 영상들을 레퍼런스 삼았다.

Step 3

콘텐츠 속 디테일
우리 말고 시청자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요소 살리기

교양의 형태를 띠었지만, 결국 인물을 브랜딩하는 것이 숨은 목표였기에 작은 매력 포인트들도 다 살리려 노력했다. ‘김정원의 취향'의 총 집합체인 집에서 첫 촬영을 진행한 것도 그래서였다. 클래식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넓고 감각적으로 꾸며진 집’으로부터 김정원이라는 인물에 호기심을 갖게 하려는 노림수였다. ‘우리만 보이는' 김정원의 매력을 살리면서도, ‘우리만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다행히 첫 단추는 괜찮게 끼워진 듯하다. 죽어가던 알고리즘이 살아났고, 시의성이 없는 에버그린 콘텐츠다보니 조회수 상승 그래프가 죽지 않고 꾸준히 오르는 중이다.


채널 분석페이지를 보면 흥미롭게도 중년 여성들이 사용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영상 링크가 꽤 많이 공유된 것으로 나오는데 평창동의 근사한 집과 중년 피아니스트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을 간접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Step 4

첫단추는 꿰어졌다!

이번 시도는 개인적으로도 큰 도전이었다. 형식적으로 새로운 도전을 한 건 물론이고, 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세워 브랜딩해보는 경험도 새로웠고, 라디오PD・엔지니어 등과 협의하는 과정을 통해 콘텐츠를 제작한 것도 처음이었다. 기대하는 바로는, 협찬이나 광고가 들어올 수 있는 여지를 더 만들고 싶다. 앞으로도 CBS가 가진 다양한 IP를 여러 방향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시도들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이 글을 읽고 있는 CBS 구성원들 중에 아직 못보신 분들이 있다면 보러 오세요. 보셨어도 또 보셔도 좋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