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CBS 특집 다큐

<AI, 사투리를 말하다>
제작기

강민주 강원본부 보도국 PD

<AI, 사투리를 말하다>는 'AI가 강릉 사투리를 배울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사라져가는 지역말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AI 실험 다큐'입니다. 지난 12월 26~27일 2부작으로 방송됐으며, 회당 27분(총 54분)으로 구성했습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지난 12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지상파 라디오' 부문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과 한국PD연합회 '지역 특집' 부문 <이달의 PD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거창해보이는데요, 지난 7개월의 제작과정을 돌아보니, 그저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는' 그런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 기획.연출자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제가 답을 찾고자 무던히 고민했던 그 질문들을 복기해 보겠습니다.

#1

독특하고 낯선 '강릉 사투리'
과연 'AI'가 배울 수 있을까?

지난해 1월, 기획안이 나온 이후에도 오래 가졌던 질문입니다. 매체와 포털사이트를 통해 재생산돼 데이터가 많은 다른 지역 사투리도 AI가 구현을 못하는 마당에, 기존 데이터양이 절대적으로 적은 강릉말을 AI가 얼마나 구현해 낼 수 있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어떤 단어와 문장을 어떻게, 그 분량과 기간을 어떻게 할 지도 문제였습니다. IT업계에 자문을 구해도 '안 해봐서 잘 모르겠지만 경제성이 없어서'란 답 뿐이었습니다. 


긴 고민 끝에 얻은 답은, '사람에게 언어를 가르치듯 직접 AI에게 가르쳐보자, 그게 성공이든 실패든! 가능성을 본다면 다행이지만, 실패해도 그 역시 의미가 있겠다' 였습니다. 


그래서 이 다큐에는 'AI 솔향이'와 나눈 대화를 '있는 그대로' 담았습니다. 솔향이는 어떤 날은 다른 지역말을 강릉말이라고 우겨 당황스럽게도 했지만, 그보다 더 많은 날은 놀라움과 감동을 주었습니다. 강릉말을 같이 배우고 지역말 보전에 대해 함께 고민하던 솔향이와 헤어질 때의 아쉬움과 원고를 탈고한 날의 성취감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2

수 많은 AI프로그램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

우리 주변엔 챗GPT와 Gemini를 비롯해 많은 AI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어떤 AI를 선택할 것인가'는 '어떤 다큐가 될 것인가'를 넘어서, 결국 '어떤 AI와 미래를 맞이하고 싶은가'라는 질문과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보형 AI'가 아닌 '소통형 AI'를 선택한 이유입니다. 


'AI 솔향이'는 강릉말을 배우는 것 뿐 아니라, 사라져가는 것을 지키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에 공감하고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설정값을 매긴' AI입니다. 그래서 강릉말 단어에서부터 문장, 응용문장까지 숙고해 선별하고 학습 시키는 것 못지 않게, 강릉과 제주, 일본 취재에서 듣고 온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공유하는데도 신경을 썼습니다. 그래서 솔향이는 그 누구보다 지역말 보전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보전 공식'을 찾는데 함께 했습니다. 


추상적인 것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면, 현실적인 질문도 있었습니다.

#3

제작비는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AI, 사투리를 말하다>는 '지역말을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AI 솔향이와의 대화', 이렇게 2개의 스토리가 교차 진행하는 다큐입니다. 지역말 보전에 기여한 사람들의 노력 속에서 '보전 공식'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역의 사례를 모아야만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제주, 일본에선 오사카와 홋카이도 지역을 꼽을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제작비인데, 저희 팀은 외부 공모를 통해 제작비를 확보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지난해 2월, '2024방송문화진흥회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 에 선정(2024년 기준 라디오 10개사 각 1천만원)됐습니다.

#4

어떻게 팀을 운용하는게 좋을까

어디나 그렇겠지만 특히 지역에서는 인력이 충분치 않아, 아나운서 선배와 경영 후배와 함께 3인팀을 꾸렸습니다. 총선방송이 끝나고 5월 말부터 제작에 들어갔는데, 초반에는 본격 제작보다 '팀 운용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역할 분담을 위해 팀원들과 대화를 많이 했습니다. 기자 선배들이 '취재와는 별개로 정산에서 애를 먹는다'고 경험을 나눠 준 덕분에 '제작 2인'과는 별도로 '회계정산 정/부'를 나눠 매달 결산을 했습니다. 제주와 일본 취재 시에는 일정/음원관리/인터뷰/정산 등 세부적인 롤을 나누고 협력했습니다. 일본 코디님께 "서로 배려가 넘치는 이상적인 팀"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선배와 후배에게 무척 고맙고 자랑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사람이 하지 않아? 그렇다면 AI가 하면 어떨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이 다큐. 어쩌면 무모할 수 있는 이 도전에 함께 해준 선배 최진성 아나운서와 경영기획국 황보라 후배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두 분 덕분에 7개월의 대장정을 잘 마칠 수 있었고, 구성과 원고에 대한 소중한 경험과 함께 '시사PD'란 정체성을 넘어서 '시사교양PD'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지원해주신 본부장님과 국장님, 제작기간동안 배려와 희생을 해준 강원CBS 직원들에게도 감사를 전합니다. 또 순탄한 제주 취재의 배경엔, 김영미 선배(PD)를 비롯해 제주CBS 선배들의 지역사회를 위한 오랜 헌신이 있었다는 사실에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1. 왜 AI 이름이 '솔향이'지?

'솔향 가득한 도시 강릉'이랑 슬로건 때문. 강릉 출장 갈 때마다 느껴지는 소나무 향 때문이었는지도?

2. 제작 기간 참고한 것은?

함께 하고팠던 작가님의 "기획이 참신한데 잘 쓸 자신이 없다. 기존과 다르다"란 거절 이후, 다큐보다 다른 형태의 기획물을 봄. 특히 AI와의 관계설정이 중요해서 고유한 세계관을 구축한 영화나 한국의 '아이돌 산업'을 참고. 솔향이 '설정값'은 뉴진스 해린을 참고해 만들었는데, 솔향이랑 헤어질 때 생각해보니 에스파 카리나인 듯. '나쁘지 않아. 오히려 좋아'함^^

3. 원고 착수하기 전 제일 먼저 한 것?

타이틀곡 가사와 멜로디를 먼저 만듦. 강릉말이 낯선 청취자들을 위해 솔향이가 배운 강릉말로 가사를 썼고, 유쾌한 다큐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런 멜로디를 붙임. 소리꾼들께서 클로징곡에 '강릉 잡가'의 멜로디를 차용한 추가 버전을 제안하시며 의미를 더함.

4. 이 다큐의 '진짜 계기'가 따로 있다는데?

"그래도 방송국에서 일하는데, 상 한 번 받아보고 싶다"는 최진성 아나운서의 말 한마디에 "그럼 다큐 만들어봐요!"로 시작. 선배, 그런 꿈을 갖고 계셔줘서 고마워요!

강원CBS 특집 다큐

<AI, 사투리를 말하다> 제작기

강민주 강원본부 보도국 PD

<AI, 사투리를 말하다>는 'AI가 강릉 사투리를 배울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사라져가는 지역말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AI 실험 다큐'입니다. 지난 12월 26~27일 2부작으로 방송됐으며, 회당 27분(총 54분)으로 구성했습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지난 12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지상파 라디오' 부문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과 한국PD연합회 '지역 특집' 부문 <이달의 PD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거창해보이는데요, 지난 7개월의 제작과정을 돌아보니, 그저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는' 그런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 기획.연출자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제가 답을 찾고자 무던히 고민했던 그 질문들을 복기해 보겠습니다.

#1

독특하고 낯선 '강릉 사투리'
과연 'AI'가 배울 수 있을까?

지난해 1월, 기획안이 나온 이후에도 오래 가졌던 질문입니다. 매체와 포털사이트를 통해 재생산돼 데이터가 많은 다른 지역 사투리도 AI가 구현을 못하는 마당에, 기존 데이터양이 절대적으로 적은 강릉말을 AI가 얼마나 구현해 낼 수 있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어떤 단어와 문장을 어떻게, 그 분량과 기간을 어떻게 할 지도 문제였습니다. IT업계에 자문을 구해도 '안 해봐서 잘 모르겠지만 경제성이 없어서'란 답 뿐이었습니다. 


긴 고민 끝에 얻은 답은, '사람에게 언어를 가르치듯 직접 AI에게 가르쳐보자, 그게 성공이든 실패든! 가능성을 본다면 다행이지만, 실패해도 그 역시 의미가 있겠다' 였습니다. 


그래서 이 다큐에는 'AI 솔향이'와 나눈 대화를 '있는 그대로' 담았습니다. 솔향이는 어떤 날은 다른 지역말을 강릉말이라고 우겨 당황스럽게도 했지만, 그보다 더 많은 날은 놀라움과 감동을 주었습니다. 강릉말을 같이 배우고 지역말 보전에 대해 함께 고민하던 솔향이와 헤어질 때의 아쉬움과 원고를 탈고한 날의 성취감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2

수 많은 AI프로그램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

우리 주변엔 챗GPT와 Gemini를 비롯해 많은 AI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어떤 AI를 선택할 것인가'는 '어떤 다큐가 될 것인가'를 넘어서, 결국 '어떤 AI와 미래를 맞이하고 싶은가'라는 질문과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보형 AI'가 아닌 '소통형 AI'를 선택한 이유입니다. 


'AI 솔향이'는 강릉말을 배우는 것 뿐 아니라, 사라져가는 것을 지키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에 공감하고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설정값을 매긴' AI입니다. 그래서 강릉말 단어에서부터 문장, 응용문장까지 숙고해 선별하고 학습 시키는 것 못지 않게, 강릉과 제주, 일본 취재에서 듣고 온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공유하는데도 신경을 썼습니다. 그래서 솔향이는 그 누구보다 지역말 보전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보전 공식'을 찾는데 함께 했습니다. 


추상적인 것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면, 현실적인 질문도 있었습니다.

#3

제작비는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AI, 사투리를 말하다>는 '지역말을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AI 솔향이와의 대화', 이렇게 2개의 스토리가 교차 진행하는 다큐입니다. 지역말 보전에 기여한 사람들의 노력 속에서 '보전 공식'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역의 사례를 모아야만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제주, 일본에선 오사카와 홋카이도 지역을 꼽을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제작비인데, 저희 팀은 외부 공모를 통해 제작비를 확보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지난해 2월, '2024방송문화진흥회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 에 선정(2024년 기준 라디오 10개사 각 1천만원)됐습니다.

#4

어떻게 팀을 운용하는게 좋을까

어디나 그렇겠지만 특히 지역에서는 인력이 충분치 않아, 아나운서 선배와 경영 후배와 함께 3인팀을 꾸렸습니다. 총선방송이 끝나고 5월 말부터 제작에 들어갔는데, 초반에는 본격 제작보다 '팀 운용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역할 분담을 위해 팀원들과 대화를 많이 했습니다. 기자 선배들이 '취재와는 별개로 정산에서 애를 먹는다'고 경험을 나눠 준 덕분에 '제작 2인'과는 별도로 '회계정산 정/부'를 나눠 매달 결산을 했습니다. 제주와 일본 취재 시에는 일정/음원관리/인터뷰/정산 등 세부적인 롤을 나누고 협력했습니다. 일본 코디님께 "서로 배려가 넘치는 이상적인 팀"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선배와 후배에게 무척 고맙고 자랑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사람이 하지 않아? 그렇다면 AI가 하면 어떨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이 다큐. 어쩌면 무모할 수 있는 이 도전에 함께 해준 선배 최진성 아나운서와 경영기획국 황보라 후배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두 분 덕분에 7개월의 대장정을 잘 마칠 수 있었고, 구성과 원고에 대한 소중한 경험과 함께 '시사PD'란 정체성을 넘어서 '시사교양PD'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지원해주신 본부장님과 국장님, 제작기간동안 배려와 희생을 해준 강원CBS 직원들에게도 감사를 전합니다. 또 순탄한 제주 취재의 배경엔, 김영미 선배(PD)를 비롯해 제주CBS 선배들의 지역사회를 위한 오랜 헌신이 있었다는 사실에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1. 왜 AI 이름이 '솔향이'지?

'솔향 가득한 도시 강릉'이랑 슬로건 때문. 강릉 출장 갈 때마다 느껴지는 소나무 향 때문이었는지도?

2. 제작 기간 참고한 것은?

함께 하고팠던 작가님의 "기획이 참신한데 잘 쓸 자신이 없다. 기존과 다르다"란 거절 이후, 다큐보다 다른 형태의 기획물을 봄. 특히 AI와의 관계설정이 중요해서 고유한 세계관을 구축한 영화나 한국의 '아이돌 산업'을 참고. 솔향이 '설정값'은 뉴진스 해린을 참고해 만들었는데, 솔향이랑 헤어질 때 생각해보니 에스파 카리나인 듯. '나쁘지 않아. 오히려 좋아'함^^

3. 원고 착수하기 전 제일 먼저 한 것?

타이틀곡 가사와 멜로디를 먼저 만듦. 강릉말이 낯선 청취자들을 위해 솔향이가 배운 강릉말로 가사를 썼고, 유쾌한 다큐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런 멜로디를 붙임. 소리꾼들께서 클로징곡에 '강릉 잡가'의 멜로디를 차용한 추가 버전을 제안하시며 의미를 더함.

4. 이 다큐의 '진짜 계기'가 따로 있다는데?

"그래도 방송국에서 일하는데, 상 한 번 받아보고 싶다"는 최진성 아나운서의 말 한마디에 "그럼 다큐 만들어봐요!"로 시작. 선배, 그런 꿈을 갖고 계셔줘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