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외국인이 방송사 대표를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박정희 정부의 종용에 디캠프는 국장에서 해임됐다. 정부 입장에서 ‘할 말은 하는’ 미국인 디캠프가 편할 리 없었다. 디캠프가 국장에서 물러났지만 이미 ‘진실을 추구하는 기독교 저널리즘‘의 원칙을 세운 CBS는 1970년대 이후 ‘종로5가 기독교회관’으로 상징되던 민주화, 인권 운동의 흐름에 함께 하며 정의와 평화를 지향하는 진실 보도의 전통을 이어간다.
임기 정년을 마친 디캠프는 1976년 5월, 김포공항에서 수백 명 인파의 환송을 받으며 49년을 살아온 한국과 이별한다. 그날 아버지에게 심경을 물었던 아들 짐 디캠프는 나지막한 그의 대답을 아직도 기억한다. “짐, 나는 내가 할 일을 했을 뿐이란다.” 한국에 남긴 마지막 고별사였다.
다큐멘터리 <디캠프>는 10명의 미디어학자, 교회사학자의 자문을 얻었고, 특히 1930년대부터 작성되어 수백 장에 달하는 디캠프의 서신과 리포트, 미국 국무부 자료와 신문 잡지 기사, 1960년대 CBS 사업보고서 등 자료 확보로 사실성과 신뢰도를 높였다. <디캠프>는 단순히 한 개인과 방송국의 역사가 아닌 한국 선교역사, 방송역사, 사회운동사를 아우르는 작품이다. 일제 강점기 하 교회와 선교사들의 대응, 해방 후 한국 방송 현실과 방송선교에 대한 교회의 도전, 민주화 운동에 나선 교회의 움직임과 기독교방송의 관계 등을 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