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을 마치고 한숨을 돌리던 최경배 종교부장은 다급한 조 PD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나서야 활활 타오르는 창문 밖의 불길이 눈에 들어왔다. 최 부장은 영화에서나 볼법한 화염이 회사 건물에서 펼쳐졌지만 바로 현실로 다가오지 않았다. 두어 명이 밖으로 뛰쳐나가는 걸 보고서야 아차 싶어 119에 전화를 걸었다. 두세 번 걸었지만 계속 통화 중이었다. 그렇다고 전화기만 붙들고 있을 수 없었다. 어쩔 줄 모르는 조 PD에게 소화기를 건네주고 “나가라” 소리쳤다.
옆에 있던 TV제작국 성시진 PD도 소화기를 들고 테라스로 나갔다. 하지만 화염이 너무 세어 소화기는 그야말로 '새 발의 피'도 되지 못했다.
'큰일이 날 수도 있겠구나'하는 위기감이 뇌리를 스쳐가는 순간 종교부 서원익 팀장이 나타났다. 서 팀장은 소방호스를 끌고 나왔다. 성 PD는 잽싸게 서 팀장 뒤에 붙어 호스를 지탱해줬다. VJ인 송평강씨도 같이 호스를 끌어줬다.
최 부장은 불길이 예사롭지 않다고 판단하고 본능적으로, 난생처음 써보는 소화전을 열고 서 팀장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빨리 현장으로 가라고 했다. 함께 일하는 김경환, 이민씨와 함께 엉켜있는 호스를 풀어주고 소화전을 틀었다. 호스 이음새에서 물이 샜다. 최 부장은 "물이 잘 나가냐"고 소리쳐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