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의
소방영웅들

정영철 기획조정실 심의홍보부장

현충일인 6월 6일 오후 6시 5분. TV제작국 조혜림 PD는 조만간 방영될 시즌제 프로그램 편집을 위해 휴일근무를 하고 있는 터였다. 그는 여느 때처럼 눈을 식힐 겸 4층 테라스로 통하는 창문을 무심코 바라봤다. 창문 밖은 유난히 붉었고, 처음에는 ‘오늘따라 노을이 진하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가까이 가서 밖을 내다봤다. 테라스에 불길이 시뻘겋게 번져 있었다. 


조 PD는 본능적으로 소리를 쳤다. “불이 났어요! 불났어요!” 널찍한 사무실의 방문을 열어젖히며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화재 당시 실제 직원들이 소방에 나서던 현장 사진>

마감을 마치고 한숨을 돌리던 최경배 종교부장은 다급한 조 PD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나서야 활활 타오르는 창문 밖의 불길이 눈에 들어왔다. 최 부장은 영화에서나 볼법한 화염이 회사 건물에서 펼쳐졌지만 바로 현실로 다가오지 않았다. 두어 명이 밖으로 뛰쳐나가는 걸 보고서야 아차 싶어 119에 전화를 걸었다. 두세 번 걸었지만 계속 통화 중이었다. 그렇다고 전화기만 붙들고 있을 수 없었다. 어쩔 줄 모르는 조 PD에게 소화기를 건네주고 “나가라” 소리쳤다.


옆에 있던 TV제작국 성시진 PD도 소화기를 들고 테라스로 나갔다. 하지만 화염이 너무 세어 소화기는 그야말로 '새 발의 피'도 되지 못했다. 


'큰일이 날 수도 있겠구나'하는 위기감이 뇌리를 스쳐가는 순간 종교부 서원익 팀장이 나타났다. 서 팀장은 소방호스를 끌고 나왔다. 성 PD는 잽싸게 서 팀장 뒤에 붙어 호스를 지탱해줬다. VJ인 송평강씨도 같이 호스를 끌어줬다. 


최 부장은 불길이 예사롭지 않다고 판단하고 본능적으로, 난생처음 써보는 소화전을 열고 서 팀장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빨리 현장으로 가라고 했다. 함께 일하는 김경환, 이민씨와 함께 엉켜있는 호스를 풀어주고 소화전을 틀었다. 호스 이음새에서 물이 샜다. 최 부장은 "물이 잘 나가냐"고 소리쳐 물었다. 

<화재 당시 실제 직원들이 소방에 나서던 현장 사진>

다행히 거센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면서 화염의 위세가 점점 약해졌다. 불길이 잡히자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타버린 메인 데크가 보였다. 나무들도 전소했다. 여전히 데크 구석구석에서 연기가 피어올랐고, 화단에서도 불꽃이 튀었다.  


보도국에서 근무 중이던 조근호 편집부장, 장관순 경제부장, 고무성 기자도 현장으로 달려가 소화기를 들고 잔불 끄기를 거들었다. 박지환 기자도 저녁방송 진행을 마치자 마자 뛰어 올라가 합세했다.

<현충일 소방영웅들이 10일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보도국 조근호 편집부장, 장관순 경제부장, 박지환 기자, TV제작국 성시진 PD, 조혜림 PD, 종교부 서원익 팀장, 김경환씨, TV제작국 송평강씨 최경배 종교부장.>   

이렇게 화재를 제압하기까지 20년 같은, 20분이 흘렀다. 그제야 출동한 소방관이 5층 창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저기도 소화기 뿌리세요. 저기도요." 불이 거의 다 꺼진 다음에서야 소방관들이 현장으로 몰려왔다. 틈새에 숨어있는 잔불은 소방관들의 손길에 사그러들었다.


소방관들은 "초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면 큰불로 이어질 뻔했다"며 'CBS 소방영웅들'의 활약을 인정했다. 소방호스에서 흘러나와 흥건해진 바닥의 물도 이들 영웅의 걸레질에 깔끔하게 진압됐다. 

"화재 예방,
근본대책 마련하겠다"


CBS 동료들의 영웅담과 별개로 회사는 4층 테라스 화재 예방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번을 포함해 실화로 인한 화재가 벌써 3번째라는 점에서 또 다른 피해는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는 상황이다.


회사는 우선 테라스 화재의 원인이 된 가연성 소재를 모두 철거하고, 불연성 자재로 바꿀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테라스의 나무 소재 테크는 자갈과 흙 등으로 교체된다. 등나무가 있는 그늘막도 목재가 아닌 철재로 바뀐다.                                         

여기에 더해 회사는 4층을 좀 더 직원들이 자주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사람이 왕래가 잦을수록 화재 원인이 될 수 있는 흡연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출입이 막혀 있는 테라스는 이런 공사가 끝나기까지 향후 4~5개월간은 이용이 제한된다. 보험사로부터 보상을 받는 기간만 해도 1~2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아울러 화재가 발생했을 때 '범인'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CCTV도 추가할 계획이다. 최병우 자산관리부장은 "외부업체에 위탁하지 않고 독립, 분리된 CCTV 시스템을 갖추는 작업을 할 때 전체를 조감할 수 있는 CCTV를 설치하는 방안을 찾겠다"라고 했다. 회사는 이와 함께 화재 경보 시스템 강화 등도 강구하고 있다.

현충일의 소방영웅들

정영철 기획조정실 심의홍보부장

현충일인 6월 6일 오후 6시 5분. TV제작국 조혜림 PD는 조만간 방영될 시즌제 프로그램 편집을 위해 휴일근무를 하고 있는 터였다. 그는 여느 때처럼 눈을 식힐 겸 4층 테라스로 통하는 창문을 무심코 바라봤다. 창문 밖은 유난히 붉었고, 처음에는 ‘오늘따라 노을이 진하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가까이 가서 밖을 내다봤다. 테라스에 불길이 시뻘겋게 번져 있었다.


조 PD는 본능적으로 소리를 쳤다. “불이 났어요! 불났어요!” 널찍한 사무실의 방문을 열어젖히며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화재 당시 실제 직원들이 소방에 나서던 현장 사진>

마감을 마치고 한숨을 돌리던 최경배 종교부장은 다급한 조 PD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나서야 활활 타오르는 창문 밖의 불길이 눈에 들어왔다. 최 부장은 영화에서나 볼법한 화염이 회사 건물에서 펼쳐졌지만 바로 현실로 다가오지 않았다. 두어 명이 밖으로 뛰쳐나가는 걸 보고서야 아차 싶어 119에 전화를 걸었다. 두세 번 걸었지만 계속 통화 중이었다. 그렇다고 전화기만 붙들고 있을 수 없었다. 어쩔 줄 모르는 조 PD에게 소화기를 건네주고 “나가라” 소리쳤다.  


옆에 있던 TV제작국 성시진 PD도 소화기를 들고 테라스로 나갔다. 하지만 화염이 너무 세어 소화기는 그야말로 '새 발의 피'도 되지 못했다.

'큰일이 날 수도 있겠구나'하는 위기감이 뇌리를 스쳐가는 순간 종교부 서원익 팀장이 나타났다. 서 팀장은 소방호스를 끌고 나왔다. 성 PD는 잽싸게 서 팀장 뒤에 붙어 호스를 지탱해줬다. VJ인 송평강씨도 같이 호스를 끌어줬다.

 

최 부장은 불길이 예사롭지 않다고 판단하고 본능적으로, 난생처음 써보는 소화전을 열고 서 팀장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빨리 현장으로 가라고 했다. 함께 일하는 김경환, 이민씨와 함께 엉켜있는 호스를 풀어주고 소화전을 틀었다. 호스 이음새에서 물이 샜다. 최 부장은 "물이 잘 나가냐"고 소리쳐 물었다.

<화재 당시 실제 직원들이 소방에 나서던 현장 사진>

다행히 거센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면서 화염의 위세가 점점 약해졌다. 불길이 잡히자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타버린 메인 데크가 보였다. 나무들도 전소했다. 여전히 데크 구석구석에서 연기가 피어올랐고, 화단에서도 불꽃이 튀었다.  


보도국에서 근무 중이던 조근호 편집부장, 장관순 경제부장, 고무성 기자도 현장으로 달려가 소화기를 들고 잔불 끄기를 거들었다. 박지환 기자도 저녁방송 진행을 마치자 마자 뛰어 올라가 합세했다.

<현충일 소방영웅들이 10일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보도국 조근호 편집부장, 장관순 경제부장, 박지환 기자, TV제작국 성시진 PD, 조혜림 PD, 종교부 서원익 팀장, 김경환씨, TV제작국 송평강씨 최경배 종교부장.> 

이렇게 화재를 제압하기까지 20년 같은, 20분이 흘렀다. 그제야 출동한 소방관이 5층 창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저기도 소화기 뿌리세요. 저기도요." 불이 거의 다 꺼진 다음에서야 소방관들이 현장으로 몰려왔다. 틈새에 숨어있는 잔불은 소방관들의 손길에 사그러들었다.


소방관들은 "초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면 큰불로 이어질 뻔했다"며 'CBS 소방영웅들'의 활약을 인정했다. 소방호스에서 흘러나와 흥건해진 바닥의 물도 이들 영웅의 걸레질에 깔끔하게 진압됐다.

"화재 예방, 근본대책 마련하겠다"


CBS 동료들의 영웅담과 별개로 회사는 4층 테라스 화재 예방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번을 포함해 실화로 인한 화재가 벌써 3번째라는 점에서 또 다른 피해는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는 상황이다.


회사는 우선 테라스 화재의 원인이 된 가연성 소재를 모두 철거하고, 불연성 자재로 바꿀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테라스의 나무 소재 테크는 자갈과 흙 등으로 교체된다. 등나무가 있는 그늘막도 목재가 아닌 철재로 바뀐다.         

                                

여기에 더해 회사는 4층을 좀 더 직원들이 자주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사람이 왕래가 잦을수록 화재 원인이 될 수 있는 흡연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출입이 막혀 있는 테라스는 이런 공사가 끝나기까지 향후 4~5개월간은 이용이 제한된다. 보험사로부터 보상을 받는 기간만 해도 1~2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아울러 화재가 발생했을 때 '범인'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CCTV도 추가할 계획이다. 최병우 자산관리부장은 "외부업체에 위탁하지 않고 독립, 분리된 CCTV 시스템을 갖추는 작업을 할 때 전체를 조감할 수 있는 CCTV를 설치하는 방안을 찾겠다"라고 했다. 회사는 이와 함께 화재 경보 시스템 강화 등도 강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