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차 피디가 제 발등 찍은 이야기

<극우의 그늘을 넘어
복음의 빛으로>
제작기

박유진 선교콘텐츠본부 TV제작국 PD

  <극우의 그늘을 넘어 복음의 빛으로> 예고편

씨너지에 제작기를 쓰는 지금, 사실 좀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처음엔 소위 ‘총 맞고’ 한 기획이었거든요. 기독교의 극우화 경향을 비판적으로 짚어낸 특집 옴니버스 인터뷰 <극우의 그늘을 넘어, 복음의 빛으로>는 이렇게 총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엔 두 가지 이유로 제작이 망설여졌습니다. ‘이 콘텐츠가 과연 회사에 도움이 될까? 차라리 NCND (Neither Confirm Nor Deny)가 맞지 않을까?’하는 의문 하나와, ‘한국 교회에 과연 그늘을 넘어 빛이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미 총 맞은 몸, 망설이는 것은 제 권리가 아닙니다. 


이왕 제작해야 한다면 조금이라도 더 영향력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처음에 제안받은 토론회 방식은, 그래서 피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부조에 앉아 토론회 디렉팅을 할 때마다 스튜디오로 뛰어 내려가서 출연자들께 더 묻고 싶은 게 많았거든요. 그래서 제가 직접 물어보러 다니기로 했습니다. 처음엔 쉬운 작업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5개의 질문을 나눠서 5명의 목회자에게 물어보고, 한 질문 별 5분씩 총 25분짜리 뚝딱 만들어야지’ 

디지털 파트 수장이었던 자의, 가장 아날로그스러운 구성 편집 현장

그러나 첫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거 생각보다 복잡하고 지난하며 어려운 작업이 될 것이 분명하다는, 20년차 피디의 직감이 등골을 타고 내렸습니다. 그리고 그 직감은 적중하여, 기획 제작 2달 내내 제 발등을 계속 내려다보았습니다. 아직 무사한가 하고요. 제 발등을 너무 많이 찍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9시간의 인터뷰 기록, 시대와 지역을 넘나드는 내용들, 관점과 색깔이 다채로운 다섯 사람, 많지 않은 자료화면, 역대 최장 추석연휴, 짧은 데드라인, 디졸브되는 가을개편, 그 와중에 다섯 분의 시간 안배를 해야 하는 균형감... 이 정도만 나열해도 두 달의 제 고통을 이해하실 것 같습니다. 그 고통의 터널을 지나, 5인 목회자의 인터뷰로만 촘촘히 구성된 60분짜리 옴니버스식 인터뷰물이 탄생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은 제가 고생했다는 얘기를 쓰려는 게 아닙니다. 제작의 말미에서, 그리고 완성본이 방송되고 유튜브에 업로드된 이후에 느낀 전율을 공유하고 싶어요. 우선, 편집을 마무리하면서 제가 처음에 가졌던 ‘과연 빛이 있는가?’에 대한 희미한 답을 느꼈습니다. 그냥 공허한 덕담 ‘잘 될 거야.. 잘 돼야지...’가 아니라 5명의 인터뷰이 그 눈빛 눈빛과 구체적인 발언에서 진심으로요. 사실 저는 진짜 낙담했던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편집하느라 수십번 보는 그 과정에서 저는 큰 위로와 희미한 빛을 보았습니다. 대단히 이성적이고 치열한 멘트들을 편집하면서 몇 번이나 눈물이 핑 돌았다면 그 마음이 느껴지실까요.

<극우의 그늘을 넘어 복음의 빛으로> 출연자들

그리고 방송으로 송출되고 업로드되는 과정을 통해 저는 더 큰 희망을 보았습니다. 교계 오피니언 리더들이 많이 공유하고 추천해주신 것도 큰 힘이었고, 1200개가 넘는 유튜브 댓글 중 긍정적인 내용이 절반 이상이었다는 점은 더욱 큰 희망이었습니다. 당연히 똥망진창될 거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침묵하는 다수가 아니라 댓글로 입장을 표현해주시는 시청자들을 마주하면서 어쩌면 그들의 마음 속에도 한 줄기 시원한 희망의 빛이 내리꽂혔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비록 소수이긴 하나, 이 영상을 보시고 CBS의 역할을 응원하시며 후원을 시작한 분이 계시다는 말씀을 듣고는 진짜 또르륵 눈물이 났습니다. 


한편으로는, 특집 프로그램 한 편으로 끝나는 게 아쉽기도 했습니다. 꾹꾹 눌러담아도 다 못 담은 내용들이 너무 많거든요. 아 제가 또 제 발등 찍으려 하고 있네요. 그건 아니고요. 마지막으로 이 한 편을 위해 마음과 힘을 모아주신 수많은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비난의 고통을 감내하시면서도 소리치는 예언자로 나서주신 김관선, 김형국, 배덕만, 지형은, 최주훈 목사님께 깊은 존경을 표합니다. 이제 정말 여명은 오겠지요?

  <극우의 그늘을 넘어 복음의 빛으로> 본편

20년차 피디가 제 발등 찍은 이야기

<극우의 그늘을 넘어 복음의 빛으로>
제작기

박유진 선교콘텐츠본부 TV제작국 PD

 <극우의 그늘을 넘어 복음의 빛으로> 예고

씨너지에 제작기를 쓰는 지금, 사실 좀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처음엔 소위 ‘총 맞고’ 한 기획이었거든요. 기독교의 극우화 경향을 비판적으로 짚어낸 특집 옴니버스 인터뷰 <극우의 그늘을 넘어, 복음의 빛으로>는 이렇게 총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엔 두 가지 이유로 제작이 망설여졌습니다. ‘이 콘텐츠가 과연 회사에 도움이 될까? 차라리 NCND (Neither Confirm Nor Deny)가 맞지 않을까?’하는 의문 하나와, ‘한국 교회에 과연 그늘을 넘어 빛이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미 총 맞은 몸, 망설이는 것은 제 권리가 아닙니다.


이왕 제작해야 한다면 조금이라도 더 영향력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처음에 제안받은 토론회 방식은, 그래서 피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부조에 앉아 토론회 디렉팅을 할 때마다 스튜디오로 뛰어 내려가서 출연자들께 더 묻고 싶은 게 많았거든요. 그래서 제가 직접 물어보러 다니기로 했습니다. 처음엔 쉬운 작업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5개의 질문을 나눠서 5명의 목회자에게 물어보고, 한 질문 별 5분씩 총 25분짜리 뚝딱 만들어야지’

디지털 파트 수장이었던 자의, 가장 아날로그스러운 구성 편집 현장

그러나 첫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거 생각보다 복잡하고 지난하며 어려운 작업이 될 것이 분명하다는, 20년차 피디의 직감이 등골을 타고 내렸습니다. 그리고 그 직감은 적중하여, 기획 제작 2달 내내 제 발등을 계속 내려다보았습니다. 아직 무사한가 하고요. 제 발등을 너무 많이 찍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9시간의 인터뷰 기록, 시대와 지역을 넘나드는 내용들, 관점과 색깔이 다채로운 다섯 사람, 많지 않은 자료화면, 역대 최장 추석연휴, 짧은 데드라인, 디졸브되는 가을개편, 그 와중에 다섯 분의 시간 안배를 해야 하는 균형감... 이 정도만 나열해도 두 달의 제 고통을 이해하실 것 같습니다. 그 고통의 터널을 지나, 5인 목회자의 인터뷰로만 촘촘히 구성된 60분짜리 옴니버스식 인터뷰물이 탄생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은 제가 고생했다는 얘기를 쓰려는 게 아닙니다. 제작의 말미에서, 그리고 완성본이 방송되고 유튜브에 업로드된 이후에 느낀 전율을 공유하고 싶어요. 우선, 편집을 마무리하면서 제가 처음에 가졌던 ‘과연 빛이 있는가?’에 대한 희미한 답을 느꼈습니다. 그냥 공허한 덕담 ‘잘 될 거야.. 잘 돼야지...’가 아니라 5명의 인터뷰이 그 눈빛 눈빛과 구체적인 발언에서 진심으로요. 사실 저는 진짜 낙담했던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편집하느라 수십번 보는 그 과정에서 저는 큰 위로와 희미한 빛을 보았습니다. 대단히 이성적이고 치열한 멘트들을 편집하면서 몇 번이나 눈물이 핑 돌았다면 그 마음이 느껴지실까요.

<극우의 그늘을 넘어 복음의 빛으로> 출연자들

그리고 방송으로 송출되고 업로드되는 과정을 통해 저는 더 큰 희망을 보았습니다. 교계 오피니언 리더들이 많이 공유하고 추천해주신 것도 큰 힘이었고, 1200개가 넘는 유튜브 댓글 중 긍정적인 내용이 절반 이상이었다는 점은 더욱 큰 희망이었습니다. 당연히 똥망진창될 거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침묵하는 다수가 아니라 댓글로 입장을 표현해주시는 시청자들을 마주하면서 어쩌면 그들의 마음 속에도 한 줄기 시원한 희망의 빛이 내리꽂혔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비록 소수이긴 하나, 이 영상을 보시고 CBS의 역할을 응원하시며 후원을 시작한 분이 계시다는 말씀을 듣고는 진짜 또르륵 눈물이 났습니다. 


한편으로는, 특집 프로그램 한 편으로 끝나는 게 아쉽기도 했습니다. 꾹꾹 눌러담아도 다 못 담은 내용들이 너무 많거든요. 아 제가 또 제 발등 찍으려 하고 있네요. 그건 아니고요. 마지막으로 이 한 편을 위해 마음과 힘을 모아주신 수많은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비난의 고통을 감내하시면서도 소리치는 예언자로 나서주신 김관선, 김형국, 배덕만, 지형은, 최주훈 목사님께 깊은 존경을 표합니다. 이제 정말 여명은 오겠지요?

 <극우의 그늘을 넘어 복음의 빛으로> 본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