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간 

필리핀 화재 현장에서

우리는 희망을 보았다

TV제작국 편성부 이우권

1894년 12월 10일 

불쌍한 우리 셔우드! 지난달 너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잃었단다. 너는 어려서 지금은 그 상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느끼게 될 거야. 비록 내가 너로 인해 아픈 것만큼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11월 24일 토요일 해 질 무렵, 아빠는 마지막 숨을 쉬셨다. 


1897년 05월 10일 

엄마는 다시 한국에 가서 사역을 맡기로 했다. 그것은 엄마가 한국에서 돌아올 때 바라던 것이다....한국 선교부에서도 엄마가 돌아오기를 몹시 바라고 있다. 엄마는 이것이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일이라 생각한다. 


위 글은 한국에서 선교사역 중 남편과 자식을 잃고도 끝까지 한국에 남아 주님의 일꾼으로 소명을 다한 로제타 셔우드 홀 선교사님이 쓰신 일기 중 일부이다. 이 지면을 빌려 130여 년 후인 2022년 3월 필리핀 촬영을 통해 경험한 한국 선교사님과 우리의 이야기를 짧게 나눠 보고자 한다.    


약속과 출발


2년 전 CBS 제작진(이주훈PD, 김상진 감독)은 필리핀 Talisay에 위치한 Taal 화산 폭발로 교회와 삶의 터전을 잃은 현지 상황을 알리기 위해 달려갔었고, 처참하게 무너진 그분들의 삶과 신앙이 회복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했다. 그리고 꼭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2020년 방송. 이주훈PD 인터뷰

"하루속히 이분들이 이곳이 아니더라도 다른 곳에서 하루빨리 교회가 세워져서 그곳에서 정착이 되고 신앙생활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와 CBS 시청자분들이 많이 기도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2020년 방송. 정기제 선교사님 인터뷰

“이들의 마음속에 있는 신앙이 무너지지 않기를 위해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교회 건물은 다시 지을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신앙이 무너지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그래서 희망을 잃지 않고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고 ......”


2년 전 취재했던 화재 현장으로


방송 후 많은 기도와 한국교회 그리고 CBS가 함께하여 폐허로 변했던 그 지역에 교회가 완성되었다는 기쁜 소식이 전해졌고 2022년 우리는 다시 그곳으로 향할 준비를 하였다. 3월 22일 일일 확진자 60만 명, 코로나 시국의 정점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


출발 약 3주 전 일정 확정. 촬영 팀은 기획자인 이주훈 부장(PD), 이우권 팀장(촬영감독) 2명으로 긴급히 구성되었으며 바로 준비에 들어갔다. 


산적한 문제 중 하나는 필리핀 입국 48시간 전, 코로나 PCR 검사 음성 확인서가 필요했다. 다행히 음성이었다. 필리핀 입국 후 촬영 종료 후 ‘양성’일 경우 한국으로 돌아올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코로나 치료제에 준하는 약들을 출국 전부터 계속 복용하였다. 항생제 성분에 의해 계속되는 설사를 제외하곤 다행히도 두 명 모두 음성 판정. 우리는 드디어 출국할 수 있었다.


도착과 감사


눈부신 새벽 필리핀, 별이 총총히 박힌 뜨거운 하늘 아래 우리는 따알 화산으로 이동하였다. 한국 교회와 CBS의 씨앗을 2년 전 전달해 준 바로 그곳으로 말이다. 


정기제 선교사님과 함께 화산으로 무너진 교회를 다시 세우기 위해 노력해 왔던 고광태 선교사님이 우리를 반겨주셨고 그 뒤에는 작지만 다부지게 서있는 주님의 성전(Balakilong christian church)이 든든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성전에 들어가 기도드리는  이주훈PD의 눈시울은 붉게 반짝이고 있었다. 당시 이주훈PD와 함께 화산재를 뒤집어쓰며 촬영했던 김상진 감독은 오지 못했지만 주님의 능력으로 다시 세워진 이 교회를 보았다면 함께 감사의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기쁜 마음으로 기본 촬영을 마친 우리는 2일 뒤인 3월 27일 일요일 성전 건축 완공 감사예배 촬영을 약속하고 다른 촬영지로 이동하였다.



이게 무슨 일인가! 다른 곳에서 촬영 중이던 우리들은 고광태 선교사님의 다급한 연락을 받았다. 오늘 아침 Taal 화산이 다시 분출하여 대피령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높은 수준의 화산 불안 상태인 3단계 화산 경보와 함께 말이다. 


혹여나 성전 건축 완공 감사예배를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화산 피해 현장을 취재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뒤로하고 목사님과 화산 인근 지역민들 그리고 새로 건축한 교회에도 피해가 있지 않을까 절치부심하며 촬영 중에도 목사님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당일 저녁 목사님의 연락은 다행히도 대피지역은 Banyaga in Agoncillo town, Boso-boso in Batangas 등으로 신축한 교회는 약 10km 북쪽에 위치해 교회도 무사하며 내일 일요일 아침 정상적으로 신축 감사 예배를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할렐루야!)


03월 27일 새벽 우리는 Balakilong christian church로 감사하며 이동할 수 있었다.  



분출 다음날 예배 시간 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우리들은 아직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따알 화산으로 이동하였다. 드론을 띄워 촬영했고 모니터의 영상은 영화의 CG 장면처럼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역광으로 검게 보이는 화산 주름들과 그 가운데 끓어 피어오르는 화산재 머금은 증기는 2020년 폭발 시 그 상황을 감당했어야 할 선교사님과 현지 신도들의 고통과 두려움을 짐작하게 해주었다.


초록색 지붕의 Balakilong christian 교회는 화산 지진에 대비하여 무너지지 않도록 천정에 들어가는 큰 보를 똑같이 바닥에도 넣어 튼튼하게 지었다고 한다.


2020년 화산재에 뒤덮이고 출입 금지 지역이 되어 접근조차 할 수 없어 사라질 수밖에 없던 교회는 어촌마을 가운데 굳건히 자리 잡았다. 무너진 교회처럼 신도들의 신앙이 무너지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 요청하셨던 선교사님의 뜻을 주님이 들어주신 듯 현지 신도 분들은 성전을 꽉 채워 손잡고 찬양하며 예배드리었고, 그 모습을 담으며 우리는 감격하며 다시 한번 주님의 놀라운 역사를 경험할 수 있었다.


미안함

한인 선교사님들과 함께 교회를 세우다 작년에 코로나로 소천하신 故 보빗 선교사님이 묻힌 Rita Samson memorial garden 공원 묘원


고광태 선교사님은 촬영을 마치고 이동 중 담담히 말씀해 주셨다.


“2년 전 코로나 발생 후 필리핀에 거주하셨던 많은 한인 분들이 한국으로 떠나는 와중에도 선교사님들은 대부분 떠나지 않고 주님이 주신 소명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2021년 7월부터 10월 사이 필리핀에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었고 7월에 세부섬에서 사역하시던 나원길, 이명숙 선교사 부부(지구촌교회 파송)외 바기오 지역 한 분, 안티폴로 지역 두 분, 민도르 섬 두 분, 비사야 지역 두 분 등 여덟 분의 선교사님이 주님 곁으로 가셨습니다.”


“작년 델타 바이러스 때는 코로나 상황이 긴박하여 아무도 접근하려 하지 않았고 시신 곁에도 가려 하지 않아 민도로 섬에서 돌아가신 선교사님을 8월과 10월에 제 딸이 선교사님들의 장례를 위해 우리 지역으로 이송하였고 바탕가스 항구서부터 운구해 와서 장례를 치러드렸는데 그 때 함께 했던 큰아들도 그 일로 감염되었었지요.”


선교사님의 말씀을 들은 우리는 “다른 나라에도 이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 텐데요, 저희가 더 많은 곳의 소식을 듣고 알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얘기 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세계 곳곳에서 같은 어려움을 겪고 계실 선교사님들에 대한 생각과 더 빨리 이곳에 오지 못한 죄송함이 가슴에 아프게 새겨졌다.


우리들


많은 선교 촬영 현장에서 선교사님들에게 질문했었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그 힘든 사역지로 왜 갈 수밖에 없으며 사역지에서 어떤 고난이 있더라도 떠나지 않고 남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분들의 답은 늘 한곳으로 모였다.


“주님의 일꾼으로 내가 가야 할 곳은 오직 그곳뿐이었으며, 내가 해야 할 일이 남아있어 떠날 수 없었습니다.” “주님은 우리가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그곳으로 갈 수 있도록 해주시고 그곳에 있게 해주셨습니다.” “다른 이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리 또한 마찬가지이다. 굽이굽이 벼랑 끝 도로를 달리는 차량의 타이어가 터져도, 사고로 아프리카 뙤약볕 아래 차에 몇 시간을 갇혀있었어도 무사히 촬영을 마치고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주님 인도하시고 보호해 주심이라는 것을 믿는다. 촬영 중 흘러내리는 땀으로 눈을 뜰 수 없을 때 렌즈 너머로 들리는 뜨거운 기도와 가슴에 올린 손끝을 보며 감사한다. 카메라 LCD로 보이는 환한 웃음을 짓는 곱슬머리 어린아이의 미소를 사랑한다. 


나는 소망한다. 우리가 하는 일들이 주님 바라보시기에 기쁜 일들로만 가득하기를!    

다시 돌아간 필리핀 화재 현장에서

우리는 희망을 보았다

TV제작국 편성부 이우권


1894년 12월 10일 

불쌍한 우리 셔우드! 지난달 너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잃었단다. 너는 어려서 지금은 그 상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느끼게 될 거야. 비록 내가 너로 인해 아픈 것만큼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11월 24일 토요일 해 질 무렵, 아빠는 마지막 숨을 쉬셨다. 


1897년 05월 10일 

엄마는 다시 한국에 가서 사역을 맡기로 했다. 그것은 엄마가 한국에서 돌아올 때 바라던 것이다....한국 선교부에서도 엄마가 돌아오기를 몹시 바라고 있다. 엄마는 이것이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일이라 생각한다. 


위 글은 한국에서 선교사역 중 남편과 자식을 잃고도 끝까지 한국에 남아 주님의 일꾼으로 소명을 다한 로제타 셔우드 홀 선교사님이 쓰신 일기 중 일부이다. 이 지면을 빌려 130여 년 후인 2022년 3월 필리핀 촬영을 통해 경험한 한국 선교사님과 우리의 이야기를 짧게 나눠 보고자 한다.    



약속과 출발


2년 전 CBS 제작진(이주훈PD, 김상진 감독)은 필리핀 Talisay에 위치한 Taal 화산 폭발로 교회와 삶의 터전을 잃은 현지 상황을 알리기 위해 달려갔었고, 처참하게 무너진 그분들의 삶과 신앙이 회복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했다. 그리고 꼭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2020년 방송. 이주훈PD 인터뷰

"하루속히 이분들이 이곳이 아니더라도 다른 곳에서 하루빨리 교회가 세워져서 그곳에서 정착이 되고 신앙생활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와 CBS 시청자분들이 많이 기도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2020년 방송. 정기제 선교사님 인터뷰

“이들의 마음속에 있는 신앙이 무너지지 않기를 위해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교회 건물은 다시 지을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신앙이 무너지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그래서 희망을 잃지 않고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고 ......”



2년 전 취재했던 화재 현장으로


방송 후 많은 기도와 한국교회 그리고 CBS가 함께하여 폐허로 변했던 그 지역에 교회가 완성되었다는 기쁜 소식이 전해졌고 2022년 우리는 다시 그곳으로 향할 준비를 하였다. 3월 22일 일일 확진자 60만 명, 코로나 시국의 정점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


출발 약 3주 전 일정 확정. 촬영 팀은 기획자인 이주훈 부장(PD), 이우권 팀장(촬영감독) 2명으로 긴급히 구성되었으며 바로 준비에 들어갔다. 


산적한 문제 중 하나는 필리핀 입국 48시간 전, 코로나 PCR 검사 음성 확인서가 필요했다. 다행히 음성이었다. 필리핀 입국 후 촬영 종료 후 ‘양성’일 경우 한국으로 돌아올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코로나 치료제에 준하는 약들을 출국 전부터 계속 복용하였다. 항생제 성분에 의해 계속되는 설사를 제외하곤 다행히도 두 명 모두 음성 판정. 우리는 드디어 출국할 수 있었다.


도착과 감사

눈부신 새벽 필리핀, 별이 총총히 박힌 뜨거운 하늘 아래 우리는 따알 화산으로 이동하였다. 한국 교회와 CBS의 씨앗을 2년 전 전달해 준 바로 그곳으로 말이다. 


정기제 선교사님과 함께 화산으로 무너진 교회를 다시 세우기 위해 노력해 왔던 고광태 선교사님이 우리를 반겨주셨고 그 뒤에는 작지만 다부지게 서있는 주님의 성전(Balakilong christian church)이 든든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성전에 들어가 기도드리는  이주훈PD의 눈시울은 붉게 반짝이고 있었다. 당시 이주훈PD와 함께 화산재를 뒤집어쓰며 촬영했던 김상진 감독은 오지 못했지만 주님의 능력으로 다시 세워진 이 교회를 보았다면 함께 감사의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기쁜 마음으로 기본 촬영을 마친 우리는 2일 뒤인 3월 27일 일요일 성전 건축 완공 감사예배 촬영을 약속하고 다른 촬영지로 이동하였다.



이게 무슨 일인가! 다른 곳에서 촬영 중이던 우리들은 고광태 선교사님의 다급한 연락을 받았다. 오늘 아침 Taal 화산이 다시 분출하여 대피령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높은 수준의 화산 불안 상태인 3단계 화산 경보와 함께 말이다. 


혹여나 성전 건축 완공 감사예배를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화산 피해 현장을 취재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뒤로하고 목사님과 화산 인근 지역민들 그리고 새로 건축한 교회에도 피해가 있지 않을까 절치부심하며 촬영 중에도 목사님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당일 저녁 목사님의 연락은 다행히도 대피지역은 Banyaga in Agoncillo town, Boso-boso in Batangas 등으로 신축한 교회는 약 10km 북쪽에 위치해 교회도 무사하며 내일 일요일 아침 정상적으로 신축 감사 예배를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할렐루야!) 


03월 27일 새벽 우리는 Balakilong christian church로 감사하며 이동할 수 있었다.  


분출 다음날 예배 시간 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우리들은 아직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따알 화산으로 이동하였다. 드론을 띄워 촬영했고 모니터의 영상은 영화의 CG 장면처럼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역광으로 검게 보이는 화산 주름들과 그 가운데 끓어 피어오르는 화산재 머금은 증기는 2020년 폭발 시 그 상황을 감당했어야 할 선교사님과 현지 신도들의 고통과 두려움을 짐작하게 해주었다.


초록색 지붕의 Balakilong christian 교회는 화산 지진에 대비하여 무너지지 않도록 천정에 들어가는 큰 보를 똑같이 바닥에도 넣어 튼튼하게 지었다고 한다.


2020년 화산재에 뒤덮이고 출입 금지 지역이 되어 접근조차 할 수 없어 사라질 수밖에 없던 교회는 어촌마을 가운데 굳건히 자리 잡았다. 무너진 교회처럼 신도들의 신앙이 무너지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 요청하셨던 선교사님의 뜻을 주님이 들어주신 듯 현지 신도 분들은 성전을 꽉 채워 손잡고 찬양하며 예배드리었고, 그 모습을 담으며 우리는 감격하며 다시 한번 주님의 놀라운 역사를 경험할 수 있었다.


미안함

한인 선교사님들과 함께 교회를 세우다 작년에 코로나로 소천하신 故 보빗 선교사님이 묻힌 Rita Samson memorial garden 공원 묘원


고광태 선교사님은 촬영을 마치고 이동 중 담담히 말씀해 주셨다.


“2년 전 코로나 발생 후 필리핀에 거주하셨던 많은 한인 분들이 한국으로 떠나는 와중에도 선교사님들은 대부분 떠나지 않고 주님이 주신 소명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2021년 7월부터 10월 사이 필리핀에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었고 7월에 세부섬에서 사역하시던 나원길, 이명숙 선교사 부부(지구촌교회 파송)외 바기오 지역 한 분, 안티폴로 지역 두 분, 민도르 섬 두 분, 비사야 지역 두 분 등 여덟 분의 선교사님이 주님 곁으로 가셨습니다.”


“작년 델타 바이러스 때는 코로나 상황이 긴박하여 아무도 접근하려 하지 않았고 시신 곁에도 가려 하지 않아 민도로 섬에서 돌아가신 선교사님을 8월과 10월에 제 딸이 선교사님들의 장례를 위해 우리 지역으로 이송하였고 바탕가스 항구서부터 운구해 와서 장례를 치러드렸는데 그 때 함께 했던 큰아들도 그 일로 감염되었었지요.”


선교사님의 말씀을 들은 우리는 “다른 나라에도 이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 텐데요, 저희가 더 많은 곳의 소식을 듣고 알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얘기 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세계 곳곳에서 같은 어려움을 겪고 계실 선교사님들에 대한 생각과 더 빨리 이곳에 오지 못한 죄송함이 가슴에 아프게 새겨졌다.



우리들


많은 선교 촬영 현장에서 선교사님들에게 질문했었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그 힘든 사역지로 왜 갈 수밖에 없으며 사역지에서 어떤 고난이 있더라도 떠나지 않고 남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분들의 답은 늘 한곳으로 모였다.


“주님의 일꾼으로 내가 가야 할 곳은 오직 그곳뿐이었으며, 내가 해야 할 일이 남아있어 떠날 수 없었습니다.” “주님은 우리가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그곳으로 갈 수 있도록 해주시고 그곳에 있게 해주셨습니다.” “다른 이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리 또한 마찬가지이다. 굽이굽이 벼랑 끝 도로를 달리는 차량의 타이어가 터져도, 사고로 아프리카 뙤약볕 아래 차에 몇 시간을 갇혀있었어도 무사히 촬영을 마치고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주님 인도하시고 보호해 주심이라는 것을 믿는다. 촬영 중 흘러내리는 땀으로 눈을 뜰 수 없을 때 렌즈 너머로 들리는 뜨거운 기도와 가슴에 올린 손끝을 보며 감사한다. 카메라 LCD로 보이는 환한 웃음을 짓는 곱슬머리 어린아이의 미소를 사랑한다. 


나는 소망한다. 우리가 하는 일들이 주님 바라보시기에 기쁜 일들로만 가득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