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도 반걸음부터

제작국 디지털콘텐츠 제작부 조석영

'OTT 전략',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은 이제는 우리 귀에 익숙할 정도로 주변에서 많이 들을 수 있는 단어들입니다. 개념도 대강 알겠고, 여기저기 책과 정보도 넘쳐나지만, 우리 회사의 미디어 미래상과 딱 맞는 정답은 잘 모르겠는 것이 현실입니다. 때문에 회사는 레거시 매체와 인터넷, 그리고 모바일을 뛰어넘는 새로운 차원의 콘텐츠를 함께 구상해 보자는 취지로 ‘미디어 4.0시대 기획안’ 공모를 진행했었고, 공모작 중에 참신하고 실제 구현 가능성이 높은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내부 발표 일정도 진행했습니다. 내부 발표작은 지난 씨너지(C.nergy)에서 자세히 소개 해드린 바 있습니다. 


그리고 회사는 직원들의 제안을 활용한 새로운 시도들을 이어나갈 예정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에 대한 주니어 직원들의 의견을 듣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씨너지(C.nergy)에서 차례로 소개할 예정입니다. 이번엔 첫 시간으로 제작국 디지털콘텐츠 제작부 조석영 PD의 기획안을 소개합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에 대한 주니어들의 의견을 듣고 싶다는 제안에 고개가 갸우뚱했다. 나는 릴 테이프를 잘라본 적도 없고, 입사 직후에 nCROS 편집을 배웠으며, 지난 4년간 제작한 프로그램은 모두 FM뿐만 아니라 유튜브와 팟캐스트 플랫폼을 통해 유통됐다. 게다가 CBS는 노컷뉴스의 론칭과 레인보우 앱 출시,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의 유튜브 진출 등 디지털 전략에서 언제나 한 발짝씩 앞서온 회사 아닌가. 그럼에도 우리가 지금 ‘디지털 대전환’을 화두로 삼는 이유는, 그렇게 한 발짝 앞서왔던 걸음이 어느새 반 발짝 뒤처지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조급하게 열 발 앞을 내다보며 도움닫기를 하다가는 자칫 지금의 페이스마저 잃어버릴 수 있다. 무턱대고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기보다는 다시 한 걸음을 앞서기 위해 지금의 성과 위에서 기존의 청취자/시청자/독자에게 소구할 수 있는 시도를 해보는 게 우선이다.


“하던 대로, Yes!”


먼저 아침저녁 메인 시간대에 방송되고 있는 <김현정의 뉴스쇼>와 <한판승부>의 경우, 유튜브에서의 좋은 성과를 바탕으로 숏폼 콘텐츠로의 재가공을 시도해 볼 수 있다. 틱톡, 인스타그램 등 ‘신대륙’은 물론이고 유튜브에서 한창 공을 들이고 있는 쇼츠로도 새로운 소비자를 만날 기회가 늘어날 것이다. 특히 진행자들의 특성을 살려 ‘정리왕 김현정’ ‘극한직업 박재홍’ 등의 캐릭터를 구축한다면 세계관과 캐릭터가 필수인 뉴미디어 생태계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주니어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발제자료 중 일부


음악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최근 유튜브에서는 멘트나 별다른 영상 없이 오로지 선곡으로 승부하는 ‘플레이 리스트’ 채널들이 수십만 구독자를 확보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음악FM의 ‘Most Favorite’과 ‘Easy Listening’이라는 선곡 기조는 라디오에만 머무른다면 장점만큼 단점도 뚜렷하지만, CBS 음악PD라면 누구나 플레이리스트 채널의 운영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 확장의 무기가 될 수 있다. 약간의 기획에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플레이리스트 채널을 만들면, 선곡에 대한 팬덤을 형성한 뒤 라디오 채널로의 유입을 유도할 수도 있고, 채널 구독자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모하는 기반을 마련할 여지도 생긴다.


주니어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발제자료 중 일부


교양 프로그램은 어떤가? 세바시나 지식콘서트, 지식교양채널에 업로드돼있는 과거의 강연 콘텐츠들은 만들어지자마자 대량으로 소비되기보다는 롱테일로 가늘고 길게, 이른바 ‘에버그린’ 콘텐츠가 되어 몇 년에 걸쳐 소비된다. 여기에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을 통해 쌓여있는 인터뷰의 노하우를 결합시킨다면 시사와 음악에 더해 교양까지도 CBS의 새로운 먹거리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하던 대로? No!”


이렇게 기존의 성과를 바탕으로 조금씩 걸음을 재촉한다면 우리는 다시 한 걸음, 혹은 반걸음 정도 앞설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디지털의 가장 큰 매력은 어디서 무엇이 터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4~5년 전의 이른바 ‘유튜브 쇼크’ 이후 우리는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 이른바 ‘성공 공식’을 벗어난 성공 사례를 너무나도 많이 목격했다. 수많은 크리에이터/인플루언서들뿐만 아니라, 도로 건너편의 SBS에서도 몇 년 전 보도국 내부의 팀으로 출발한 <스브스 뉴스>에서 <문명특급>이라는 킬러 콘텐츠와 ‘재재’라는 크리에이터/연반인이 탄생했다. 이들의 성공은 유명한 진행자를 데려오고, 어떻게 이런 사람이 나왔나 싶을 정도로 섭외에 공을 들이고, 메타버스니 NFT니 하는 신문물을 끼얹는다거나 하는 식의 ‘기획’이나 ‘성공 공식’과 무관했다. 데스킹을 최소화해 MZ세대의 기획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수익을 포기하다시피 한 채 오로지 기성세대가 만들어내지 못한 새로운 콘텐츠만 요구하며 오랫동안 적자를 감수한 결단이 결국 듣도 보도 못한 콘텐츠의 성공으로 이어진 것이다.

<스브스 뉴스>의 코너로 출발해 독립한 <문명특급>


그 길을 똑같이 간다고 해서 똑같이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해 오던 대로’에만 머물러 있다면 우리의 콘텐츠가 더 넓은 소비자에게 닿을 수 없으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결국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밖에 없다. 당장 10개를 만들 수 없다면 5개라도 만들어보고, 5개도 어렵다면 2~3개라도 꾸준히 만들어야 한다.


주니어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발제자료 중 일부


‘올 라운드 플레이어’로 키우자


문제는 이걸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사람이 없다는 건 절대적인 인력 부족만의 문제는 아니다. 비디오/오디오/텍스트라는 형식을 넘나들고, 시사/음악/교양/예능이라는 장르도 넘나들 수 있는 소위 ‘올 라운드 플레이어’가 없다는 뜻이다. 이번 신입사원 채용에 이런 고민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만, ‘올 라운드 플레이어’는 뽑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가 갖지 못한 인재를 키워낼 방법은 없다. 이미 CBS의 DNA를 가지고 훈련받은 라디오 피디와 영상 피디, 기자가 오디오와 비디오와 텍스트의 영역을 넘나들며 새로운 기획을 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대전환’은 하나의 초대형 기획안이나 ‘이런 거 만들어라’, ‘저렇게 바꿔라’는 식의 시시콜콜한 피드백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업 최전선에 있는 실무자들이 ‘일할 맛 난다’ 싶을 정도로 열정이 들끓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대전환이다. 그 뒤에 우리가 언제나 그랬듯, 반 발짝, 한 발짝씩 앞서나가기 위해 잰걸음을 밟다보면 우리는 어느새 듣도 보도 못한 신세계 위에 서있을 지도 모른다.

대전환도 반걸음부터


제작국 디지털콘텐츠 제작부 조석영


'OTT 전략',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은 이제는 우리 귀에 익숙할 정도로 주변에서 많이 들을 수 있는 단어들입니다. 개념도 대강 알겠고, 여기저기 책과 정보도 넘쳐나지만, 우리 회사의 미디어 미래상과 딱 맞는 정답은 잘 모르겠는 것이 현실입니다. 때문에 회사는 레거시 매체와 인터넷, 그리고 모바일을 뛰어넘는 새로운 차원의 콘텐츠를 함께 구상해 보자는 취지로 ‘미디어 4.0시대 기획안’ 공모를 진행했었고, 공모작 중에 참신하고 실제 구현 가능성이 높은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내부 발표 일정도 진행했습니다. 내부 발표작은 지난 씨너지(C.nergy)에서 자세히 소개해 드린 바 있습니다. 


그리고 회사는 직원들의 제안을 활용한 새로운 시도들을 이어나갈 예정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에 대한 주니어 직원들의 의견을 듣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씨너지(C.nergy)에서 차례로 소개할 예정입니다. 이번엔 첫 시간으로 제작국 디지털콘텐츠 제작부 조석영 PD의 기획안을 소개합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에 대한 주니어들의 의견을 듣고 싶다는 제안에 고개가 갸우뚱했다. 나는 릴 테이프를 잘라본 적도 없고, 입사 직후에 nCROS 편집을 배웠으며, 지난 4년간 제작한 프로그램은 모두 FM뿐만 아니라 유튜브와 팟캐스트 플랫폼을 통해 유통됐다. 게다가 CBS는 노컷뉴스의 론칭과 레인보우 앱 출시,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의 유튜브 진출 등 디지털 전략에서 언제나 한 발짝씩 앞서온 회사 아닌가. 그럼에도 우리가 지금 ‘디지털 대전환’을 화두로 삼는 이유는, 그렇게 한 발짝 앞서왔던 걸음이 어느새 반 발짝 뒤처지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조급하게 열 발 앞을 내다보며 도움닫기를 하다가는 자칫 지금의 페이스마저 잃어버릴 수 있다. 무턱대고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기보다는 다시 한 걸음을 앞서기 위해 지금의 성과 위에서 기존의 청취자/시청자/독자에게 소구할 수 있는 시도를 해보는 게 우선이다.



“하던 대로, Yes!”

먼저 아침저녁 메인 시간대에 방송되고 있는 <김현정의 뉴스쇼>와 <한판승부>의 경우, 유튜브에서의 좋은 성과를 바탕으로 숏폼 콘텐츠로의 재가공을 시도해 볼 수 있다. 틱톡, 인스타그램 등 ‘신대륙’은 물론이고 유튜브에서 한창 공을 들이고 있는 쇼츠로도 새로운 소비자를 만날 기회가 늘어날 것이다. 특히 진행자들의 특성을 살려 ‘정리왕 김현정’ ‘극한직업 박재홍’ 등의 캐릭터를 구축한다면 세계관과 캐릭터가 필수인 뉴미디어 생태계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주니어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발제자료 중 일부


음악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최근 유튜브에서는 멘트나 별다른 영상 없이 오로지 선곡으로 승부하는 ‘플레이 리스트’ 채널들이 수십만 구독자를 확보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음악FM의 ‘Most Favorite’과 ‘Easy Listening’이라는 선곡 기조는 라디오에만 머무른다면 장점만큼 단점도 뚜렷하지만, CBS 음악PD라면 누구나 플레이리스트 채널의 운영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 확장의 무기가 될 수 있다. 약간의 기획에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플레이리스트 채널을 만들면, 선곡에 대한 팬덤을 형성한 뒤 라디오 채널로의 유입을 유도할 수도 있고, 채널 구독자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모하는 기반을 마련할 여지도 생긴다.


주니어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발제자료 중 일부


교양 프로그램은 어떤가? 세바시나 지식콘서트, 지식교양채널에 업로드돼있는 과거의 강연 콘텐츠들은 만들어지자마자 대량으로 소비되기보다는 롱테일로 가늘고 길게, 이른바 ‘에버그린’ 콘텐츠가 되어 몇 년에 걸쳐 소비된다. 여기에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을 통해 쌓여있는 인터뷰의 노하우를 결합시킨다면 시사와 음악에 더해 교양까지도 CBS의 새로운 먹거리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하던 대로? No!”

이렇게 기존의 성과를 바탕으로 조금씩 걸음을 재촉한다면 우리는 다시 한 걸음, 혹은 반걸음 정도 앞설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디지털의 가장 큰 매력은 어디서 무엇이 터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4~5년 전의 이른바 ‘유튜브 쇼크’ 이후 우리는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 이른바 ‘성공 공식’을 벗어난 성공 사례를 너무나도 많이 목격했다. 수많은 크리에이터/인플루언서들뿐만 아니라, 도로 건너편의 SBS에서도 몇 년 전 보도국 내부의 팀으로 출발한 <스브스 뉴스>에서 <문명특급>이라는 킬러 콘텐츠와 ‘재재’라는 크리에이터/연반인이 탄생했다. 이들의 성공은 유명한 진행자를 데려오고, 어떻게 이런 사람이 나왔나 싶을 정도로 섭외에 공을 들이고, 메타버스니 NFT니 하는 신문물을 끼얹는다거나 하는 식의 ‘기획’이나 ‘성공 공식’과 무관했다. 데스킹을 최소화해 MZ세대의 기획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수익을 포기하다시피 한 채 오로지 기성세대가 만들어내지 못한 새로운 콘텐츠만 요구하며 오랫동안 적자를 감수한 결단이 결국 듣도 보도 못한 콘텐츠의 성공으로 이어진 것이다.

<스브스 뉴스>의 코너로 출발해 독립한 <문명특급>


그 길을 똑같이 간다고 해서 똑같이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해 오던 대로’에만 머물러 있다면 우리의 콘텐츠가 더 넓은 소비자에게 닿을 수 없으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결국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밖에 없다. 당장 10개를 만들 수 없다면 5개라도 만들어보고, 5개도 어렵다면 2~3개라도 꾸준히 만들어야 한다.


주니어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발제자료 중 일부


‘올 라운드 플레이어’로 키우자

문제는 이걸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사람이 없다는 건 절대적인 인력 부족만의 문제는 아니다. 비디오/오디오/텍스트라는 형식을 넘나들고, 시사/음악/교양/예능이라는 장르도 넘나들 수 있는 소위 ‘올 라운드 플레이어’가 없다는 뜻이다. 이번 신입사원 채용에 이런 고민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만, ‘올 라운드 플레이어’는 뽑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가 갖지 못한 인재를 키워낼 방법은 없다. 이미 CBS의 DNA를 가지고 훈련받은 라디오 피디와 영상 피디, 기자가 오디오와 비디오와 텍스트의 영역을 넘나들며 새로운 기획을 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대전환’은 하나의 초대형 기획안이나 ‘이런 거 만들어라’, ‘저렇게 바꿔라’는 식의 시시콜콜한 피드백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업 최전선에 있는 실무자들이 ‘일할 맛 난다’ 싶을 정도로 열정이 들끓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대전환이다. 그 뒤에 우리가 언제나 그랬듯, 반 발짝, 한 발짝씩 앞서나가기 위해 잰걸음을 밟다보면 우리는 어느새 듣도 보도 못한 신세계 위에 서있을 지도 모른다.